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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럼] 북, 핵보유·유일체제 명문화…한·미, 비핵화 원칙 지켜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6-10 09:53    1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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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헌법 개정과 신한반도전략

지난달 6일 공개된 북한의 새 헌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이 한층 강화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새 헌법에는 “영역은 북쪽으로 중국과 러시아,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는 영토조항(2조)이 신설됐는데 대남 단절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기조 변화에 맞춰 (재)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는 지난 8일 ‘북한 헌법 개정과 신한반도전략’을 주제로 한반도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최근 헌법 개정에 담긴 북한의 전략을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새 헌법으로 ‘수령체제’ 유지 기반 강화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발제)=헌법 개정으로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이 헌법 서문에 들어가면서 ‘유일 체제’가 제도화됐다. 북한이 헌법 등에서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수령으로 변신하고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 현실 정치를 지휘하겠단 뜻이다. 3대에 걸친 카리스마적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헌법’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책임도 커졌다는 의미도 있다. 리더십에 위기가 닥칠 경우 한국과의 국경 분쟁을 유도해 관심을 외부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이란 명칭에서 ‘사회주의’를 삭제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자본주의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맺는 ‘정상국가’로의 이미지 확산을 시도한 것이다. 지방 특색 위주의 균형발전을 보장하는 국가지원 조항(제26조)을 신설한 건 자급자족체제 구축으로 수령체제를 유지할 물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한(남북)관계의 불가양립성’을 헌법에 명문화해 국가핵무력 지휘권을 법제화하고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제56조)’ 한다는 조항을 유지한 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여지가 있다.

한국을 협력 파트너 아닌 제압 대상으로 봐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북한의 헌법 개정을 비롯해 남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만큼 안보·평화·통일·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4가지 틀에 대한 입장을 재조정해야 한다. 새로운 조합으로 구성된 신 한반도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웠고 통일부는 ‘평화적 2국 체제’를 꺼내 들었는데, 이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한용섭 한국국가전략학회 회장=북한의 선언적 공개전략과 비밀 군사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민족 공조를 내세웠을 때도 비밀리에 핵 개발 전략을 추진했고 핵보유국을 선포했다. 북한의 두 국가론 이면에 무엇이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북이 제시한 화두만 따라가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국가 대 국가의 영토분쟁 체제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 통합 억제 체제를 재설계해야 한다. 나토(NATO)식 한·미 핵공유 체제 구축과 연계한 전작권 환수 등도 수반돼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은 남북 간 통일 문제를 민족 내부 문제로 접근하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국가 대 국가 간 전쟁 문제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을 별개의 국가 명칭으로 호칭하면서 두 국가상 경계를 헌법에 명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영토조항을 신설한 게 아니다. 한국을 협력의 파트너가 아닌 제압해야 할 교전 국가로 규정한 노선을 헌법적 수준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유사시 한국에 대한 공격이 헌법이 상정하는 국가 정체성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박영호 전 강원대 교수=북한은 전략국가(핵보유국) 달성,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를 헌법 개정으로 체계화했다. 사회주의 체제 수호와 김정은 정권의 국가경영 전략과 원리 정립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30년간의 대북 포용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그간 정권 지속을 목표로 하는 단절적 대북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제는 국제질서 구조, 국내외 상황, 한국의 국가 능력과 위상 등을 반영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재정립해야 한다.

‘핵 방아쇠 시스템’으로 생존전략 마련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으로 상시적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위기 요소는 불식됐지만, 김정은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여전히 필요한데 이런 점이 개정된 헌법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노력으로도 읽히는데 북한이 외교적 공간을 넓혀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은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겉으로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웠지만, 물밑에서는 남북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김정은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 미국도 중간선거 전 북한을 만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비핵화의 포장지를 어떻게 만들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북한은 두 외국론을 주장했고 핵 중앙 지휘권을 헌법에 못 박으면서 핵 방아쇠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내용이지만 헌법이라는 최고 법체계에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세의 간섭 위험에는 핵 방아쇠 시스템으로, 반국가단체라는 남측으로부터의 위협은 두 외국론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흡수통일 가능성에는 적화통일 폐기로 맞서는 생존전략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동민 페닌슐라전략연구원 원장=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지난달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뒤 열렸다는 점에서 사전에 미·중간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이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려 했을 수 있다. 북한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중국은 북한의 두 국가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인내심 갖고 일관된 대북 정책 펴야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헌법 개정에도 북·미 관계와 한·미 동맹, 비핵화 전략과 관련한 논의는 큰 변화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중 전략을 요구받을 전망이다. 북한은 미·중 전략 경쟁 과정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행동하고 있는데 이 경우 정책의 초점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과 위험감소로 이동할 수 있다. 스몰 딜 협상이더라도 완전한 비핵화가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김정은은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고, 그 결과물이 헌법 개정이라고 본다. 핵을 개발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건 살기 위해 꺼낸 고슴도치 전략의 일환이다. 화해 협력 정책을 토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기다려야 하는데, 차기 정부가 강경책으로 돌변한다면 통일 문제가 다시 악화할까 우려된다. 아울러 확장 억지를 보장하려면 북한의 핵 사용 시 미국이 즉각 핵 보복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

▶유성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단과 대안 연구원 원장=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게 판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한국도 조건부로 전술핵을 배치한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 보유로 가진 비대칭 우위를 잃게 된다. 대등한 조건에서 핵 협상에 나올 동인이 될 수 있다.

전작권 환수보다 핵 문제 해결이 시급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1990년대 탈냉전기에 중국과 소련의 힘이 빠졌을 때 북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우리가 소련·중국과 수교했을 때 북한도 미국·일본과 수교했으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북·중·러 밀착으로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핵을 가진 북한이 헌법 개정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못 박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은 최악이다. 윌리엄 스툭이 “3차 세계대전의 대체물”이라고 한 한국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렀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더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군사·외교·경제 등에서 소득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상은 군수경제가 좋아진 것일 뿐 민간 경제는 악화했으므로 착시였다. 이는 미국 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협상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가뜩이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공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데 정부는 핵 문제 해결보다 전작권 환수를 우선시하고 있다. 일의 순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대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남한과 북한이 별개의 독립국가라는 질문에 80~90%가 긍정 대답을 한다. 독일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두 국가론을 제기하면서도 통일의 근거인 독일 기본법 제23조와 제146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도 통일의 근거를 갖춘 상태에서 국가 대 국가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북한의 최근 주장은 ‘두 국가론’이 아니라 ‘두 외국론’이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정리=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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