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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이란전쟁에 비치는 북한의 그림자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4-22 11:04    1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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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에 북한이 겹쳐 보임은 왜일까. 먼저 핵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함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임이 확실해졌다. 트럼프는 “전쟁이 끝나면 세계는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며 이란의 핵 포기를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점에서 지금의 이란전쟁은 2016~2017년 북핵 위기의 데자뷔다. 2016년 초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어 두 차례 더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까지 감행하자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코피 작전’이라는 북한 정밀 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그러나 그땐 경제제재란 평화적인 방법으로 협상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또 ‘백악관의 어른들’이 있었고 대통령의 자신감도 지금 같진 않았다. 만약 북핵 위기가 트럼프 정부 1기가 아니라 2기 때 발생했다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번이 최고의 거래 시점이라고 트럼프를 설득한 당사국이 있었다는 점도 또 다른 유사성이다. 이란전쟁이 일어난 배후에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있었다고 한다. 2018년 북핵 협상이 열린 데에는 문재인 정부 대북 특사의 역할이 있었다. 네타냐후나 대북 특사가 전해 준 특급 정보는 이처럼 좋은 ‘전략적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트럼프의 거래 본능을 자극했다. 하지만 비핵화를 위해 이란과 북한에 적용된 방법은 정반대였다. 북한과는 협상을 벌였지만, 이란에는 군사력이 동원되었다. 트럼프 2기는 여느 미국 행정부보다 무력을 더 자유롭게 사용한다. 이 점이 상대국에는 큰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자들에겐 우려를 심어준다. 개별 거래엔 효과적일 수 있어도 세계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개연성 때문이다.

이란전쟁은 전 세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70년 동안 강대국이 개입한 전쟁은 10여 차례, 즉 7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엔 두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과 미국의 개입으로 일어났다. 빈발하는 전쟁은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정책결정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춰 전쟁을 더 쉽게 택하게 만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전쟁이 다른 전쟁으로 파급될 수도 있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만 해도 이 도발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으로 비화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까지 개입한 전쟁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경제를 무기화하고 군사력까지 동원하는 행동이 일상화되는 순간 세계는 더욱 위험해진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대다. 이 위험한 전쟁의 파고가 여기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거대 사이클이 되어 한반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 전쟁의 들불이 한반도에 옮겨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서두르면 북한이 실질적인 핵 국가로 인정될 확률만 증가한다.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의 집요함을 고려할 때, 이란전쟁을 끝낸 그의 관심이 북한으로 옮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급한 협상은 북한에 칼자루를 쥐게 하는 꼴이 됨을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의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반대로 트럼프가 너무 적극적이어도 문제다. 설익은 여건으로 인해 그가 맛볼 좌절감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화염과 분노”라는 말만 나와도 이 위험한 시대엔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우리는 ‘전략적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지정학이나 북한 내부의 변화로 기회의 창이 열릴 때 이를 협상의 계기로 삼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의 거래적 성향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정학적 연쇄 반응을 과소평가하고, ‘선(先) 실행, 후(後) 고찰’하는 패턴이 그것이다. 그 예로 2018년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직후 그가 단행한 대중 관세 인상은 대북 제재에 협조적이던 중국의 이탈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우리는 대북 협상 진입의 시점뿐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까지 이르는 전 과정의 로드맵을 만들어 미국과 소통해야 한다. 협상 개시 시점을 너무 빨리 잡았을뿐더러 협상만 시작되면 결과는 나온다는 낙관적 판단으로 비핵화의 기회를 놓쳐버린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평화적 두 국가’를 남북 관계의 목표로 삼자는 주장에도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역사는 비(非)정상 국가와의 평화는 지속적이지 않음을 증언한다. 북한 문제는 풀어야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축적되면 더 큰 위험과 변동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트럼프와 북한, 그리고 지정학의 함수를 동시에 읽어내는 입체적인 통찰만이 우리의 생존을 담보한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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