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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 이란전쟁이 일깨운 불편한 현실…한반도 위기관리 절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5-06 13:43    17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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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바야흐로 무질서, 전쟁, 각자도생, 핵 확산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질서 공위기(空位期)의 국제사회는 강대국이 할거하는 ‘동물의 왕국’으로 변하고, 국제규범은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대체되고 있다. 명분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과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런 세력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2500년 전 투키디데스가 “강대국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소국은 당할 것을 당할 뿐”이라고 갈파한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라시아 대륙 너머에서 발생한 이란전쟁은 우리에게 얼핏 강 건너 불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 지구가 하나의 지정학적 공간으로 연결된 현 시대에 이란 전쟁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남과 북은 미국·이란 및 이스라엘·이란 관계에 못지 않은 제로섬적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란전쟁의 한 당사자인 미국과 각각 동맹국과 적대국으로 연계돼 있다. 남북 모두 이란전쟁의 원인과 경과, 미국의 군사행동, 이란의 대응, 중국과 러시아의 관여를 면밀히 분석하며 제각기 교훈과 반면교사를 찾고 있을 것이다.

발화성 커진 한반도
한반도의 전쟁 발화성은 결코 중동보다 낮지 않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강대국의 지정학·지경학적 이익이 서로 충돌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중추’로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를 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지목했다. 2016년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당선자에게 북핵 문제를 차기 행정부의 가장 시급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경고했다. 많은 전문가가 다음 전쟁 발화지로 한반도를 주목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북한은 이란 전쟁을 통해 핵무력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첫 번째 ‘교훈’으로 꼽을 것이다. 북한은 이란이 지역 강국이지만, 핵무기가 없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역시 핵무기가 없어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침략당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직접적인 참전을 자제하는 것도 러시아의 핵무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더욱 비현실적인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둘째, 북한은 미국의 막강한 첨단 공격력을 감안해 2차 타격을 보장하는 핵 전력의 증강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수량을 급속히 늘리고, 다양한 핵탄두 운반수단을 개발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기급 핵물질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하라는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미국·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망에 차단된 상황을 참고해 한·미의 다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침투·회피·교란하는 전술도 개발할 것이다. 이를 위한 운반수단의 다종화(극초음속 활공체, 순항미사일, 핵어뢰 등), 핵탄두의 다탄두화, 드론과 방사포를 대거 이용한 군집형 포화공격 전술 개발 등이 예상된다.

셋째,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미군에 의한 지도부 제거 작전이 성공한 것을 목격한 북한은 이에 대비한 핵전략 보강에도 나설 전망이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 정책법에서 참수작전을 염두에 두고 지도부 피격 시 자동적·즉각적 핵 보복을 규정했다.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과 참수 작전을 억지하기 위해 핵사용 문턱이 매우 낮은 핵 태세와 핵 교리를 적용할 우려가 있다. 이런 북한의 핵 전략은 사고·오인·오해에 따른 우발적 핵 사용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핵 동거의 시대
한국은 이런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북핵 역량의 증강을 저지하며, 의도적·우발적 핵 사용 위험성을 제거할 것인가?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북한 비핵화, 교류협력, 관계 개선, 통일 등은 달성 가능성이 쉽지 않은 전략목표다.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한반도의 ‘불편한 현실’은 북한이 이미 핵 무장 단계에 접어들었고, 완전한 비핵화와 조기 비핵화가 불가능하며, 치열한 군비경쟁 속에서 전쟁과 핵 사용 위험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30여 년에 걸친 북핵 외교가 실패하면서 우리는 이미 ‘북핵 동거’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따라서 상당 기간 우리의 대북 전략은 한반도 전쟁 방지와 핵 사용 위험성 제거를 목표로 하는 대북 억지력 강화와 평화 공존 체제 구축, 군사적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명쾌한 해법’과 ‘불편한 해법’이 있다. 북한 체제 붕괴, 흡수통일, 북핵시설의 군사적 타격, 한국 핵무장 등이 전자의 방법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북한·북핵 문제를 완전하고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매우 비현실적이고, 극도로 위험하다.

한편 ‘불편한 해법’은 완전한 비핵화를 미래의 목표로 두고, 단기적으로는 북핵의 증강 저지를 위한 핵 동결, 군사적 충돌 방지, 핵 사용 리스크 감소 등 당면 안보 과제에 대한 응급조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 북한 비핵화, 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했는데, 이 접근법의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조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우선 북핵 동결과 함께 남북 기본조약을 통한 한반도 평화 공존을 정착시키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핵무장 동기를 완화하고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이 방법은 허상을 쫓는 ‘명쾌한 해법’에 비해 오히려 현실적이며,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인 악화를 방지하고 관리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이란전쟁이 한반도에 주는 경고는 엄중하다. 이란전쟁은 북한의 핵무장 강화 동기를 더욱 부추기고, 역내의 강대국 정치와 진영화 추세도 심화시킬 것이다. 한반도 전쟁은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고, 중동 전쟁보다 훨씬 파괴적일 것이다. 한반도가 다음 전쟁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안보를 위해 자강력과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비핵 평화를 위해 북핵 동결과 남북 간 평화공존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동북아 평화외교로 역내 진영화와 강대국 정치를 완화하여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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