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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시진핑·김정은, 축배는 함께 들었지만 셈법은 다르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09-08 09:59    19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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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했다. 지난주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북한 정상과 천안문 망루에 함께 서서 ‘반(反)서방 수장’ 이미지를 굳혔다. 용(龍)의 아시아 지배를 막아야 할 코끼리 인도의 모디 총리도 앞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적대 세력과의 총격전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은 “진영 대립과 괴롭힘 행위에 반대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싸움은 트럼프가 걸었지만 승부는 시진핑 쪽으로 기울고 있다. 끝없는 혼돈의 시대다. 


집권 후 첫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승자처럼 보였다. 시진핑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북핵을 용인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에게 신세를 진 푸틴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왔다. 트럼프도 맥락 없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불러 왔다. 이제 김정은은 비핵화는커녕 핵 군축을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러시아처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리더십으로 등극하기 위해 세계를 향해 매력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불량국가’와 도매금으로 묶이는 건 어리석은 결정이다. 중·러·북 3자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이 판에 김정은에게 핵보유국의 월계관을 씌우는 것은 국제 규범으로부터의 심각한 일탈이다.

북한은 쌀 가격과 장마당 물가가 폭등하는 경제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안보를 챙긴 김정은은 중국의 지원으로 경제를 회복시키려 한다. 군 간부 대신 경제관료들을 대동한 이유다. 하지만 원하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중국은 ‘혈맹’ 북한에 쌀과 원유를 제공했지만 딱 생존에 필요한 정도로 제한했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무역의 평균 93.9%를 중국에 의존했다. 그런데도 경제 규모는 한국의 40분의 1 수준인 최빈국이다. ‘안러경중’은 북한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두 나라의 복잡한 갈등을 알려면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가보면 된다. 중국은 왕복 4차로, 본체 길이 3㎞의 이 웅장한 사장교(斜張橋)를 2014년에 완공했다. 그런데 북측 연결구간 공사가 안 끝나서 아직도 미개통 상태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공포가 원인이다. 냉전 해체 이후 완전히 고립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자 중국은 같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함께 제재에 동참했다. 돈줄이 막힌 북한은 “천년 원수”라며 이를 갈았다.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중국에 과잉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굳혔다. 북·중을 한 나라처럼 만들 다리의 개통이 11년째 미뤄지고 있는 속사정이다.

북한이 급한 불을 끄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다. 북·미가 수교하면 체제가 보장되고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들어온다. 한국처럼 잘살 수 있다. 세계와 연결된 북한은 핵에 목숨 걸지 않고 국제규범을 지키는 나라가 된다. 정상국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지내는 것은 중국에도 좋은 일이다.

미국과 북한은 한때 수교 직전까지 갔다. 1998년 북한이 첫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1호를 발사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 5월 페리 전 국방장관을 평양에 특사로 보냈다. 김정일은 1년5개월 만인 2000년 10월에야 권력 서열 2위인 군부 실세 조명록 차수를 워싱턴에 보냈다. 김정일의 친서가 클린턴에게 전달됐다. 북·미 간 적대적 의도를 끝내겠다는 공동 커뮤니케가 발표됐다. 곧바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임기 말의 클린턴이 방북하려 했지만 남은 시간이 부족해 포기했다. 북한이 1년5개월을 허송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 문제는 고차방정식이다. 핵뿐 아니라 외교·경제도 풀어야 해결된다.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북·미 수교는 결정적인 한 방이다. 미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은 폐쇄국가 북한의 불안과 충동을 달래고 비핵화와 수교를 도울 수 있다. 전쟁의 고통을 겪어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평화를 원한다.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하고 동결-축소-폐기의 3단계 비핵화 구상을 꺼낸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점을 ‘피스 메이커’인 트럼프, 그리고 시진핑에게 설득해야 한다. ‘불량국가’를 정상국가로 만들고 핵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 한·미 동맹을 몇백 배 더 튼튼히 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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