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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국외대 교수] 한국형 희토류 통합 콤플렉스 구축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1-28 09:50    43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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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상무부가 군민(軍民)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일본을 정조준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 던지는 경고장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우경화와 대만 문제 개입에 대해 중국이 ‘희토류 밸브’를 만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우리 산업계에도 거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희토류의 중국 의존을 환경 규제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구권이 단기간에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치밀한 ‘공급망의 설계’가 존재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장벽은 환경 오염이다. 희토류의 정제·제련 과정은 필연적으로 토륨·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 발생을 동반한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강력한 산성 약품이 다량 투입되며, 그 결과 생기는 방사성 폐기물을 법적 기준에 맞춰 관리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과거 말레이시아에서 호주 기업 라이나스(Lynas)의 정제 공장이 겪었던 환경 갈등 사례는, 기술적 안전성 여부와는 별개로 사회적 수용성과 규제 리스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선진국이 자국 내에 희토류 정제 시설을 구축하는 일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환경적 부담을 감내하며 전 세계의 ‘희토류 외주 공장’ 역할을 자처했고, 그 결과 누구도 가격으로 범접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굳혔다.

그러나 환경 문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술적 압도다. 희토류는 17개 원소가 화학적으로 매우 흡사해 이를 개별 원소로 순도 높게 분리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 여기서 중국 ‘희토류의 아버지’ 쉬광셴(徐光宪) 교수가 정립한 ‘직렬 추출 이론’이 등장한다. 그는 복잡한 분리 공정을 수학적 모델로 정교하게 설계해 산업적 대량 분리에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이나 유럽도 실험실 수준의 고순도 추출은 가능하지만, 이를 산업적 규모에서 저비용·고효율로 실현하는 공정 노하우에서는 중국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순히 광산을 확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수만 번의 시행착오가 축적된 공정 레시피 자체가 중국의 손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수직 계열화된 제조업 기반이다. 희토류는 17개 원소가 한데 섞여 나오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네오디뮴(Nd)이나 디스프로슘(Dy)만 골라 쓰고 나머지를 버리면 전체 생산 단가는 수직 상승한다. 여기서 중국의 ‘규모의 경제’가 빛을 발한다. 중국은 희토류 정제소 바로 옆에 자석 공장, 배터리 공장, 석유화학 단지를 배치했다. 가치가 낮은 란타넘(La)과 세륨(Ce)은 유리 연마제나 미세먼지 저감 장치 원료로 대량 소화한다. 심지어 처치 곤란한 방사성 부산물인 토륨까지도 차세대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 관련 실험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쓰레기를 에너지 자산으로 바꾸는 순환 구조를 통해 중국은 타국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량의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이 올해부터 미나미토 리시마 해저에서 희토류 시굴에 나선다지만, 수심 6000m의 극한 환경에서 진흙을 끌어올리는 비용은 경제적 실효성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설령 일본이 원료 확보에 성공한다 해도, 이를 부품화할 생태계가 없다면 결국 다시 중국 제련소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국 산업은 이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반도체 연마제부터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없는 첨단 산업은 불가능하다. 중국이 일본을 향해 밸브를 잠그는 순간, 공급망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탈중국 광산을 찾는 수준을 넘어, 안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정제와 자석 제조를 포괄하는 한국형 희토류 통합 콤플렉스를 구축하거나 핵심 우방국과의 대안 생태계를 조속히 완비해야 한다. 희토류 패권은 자원의 양이 아니라, 그 자원을 부가가치로 바꾸는 ‘완결된 생태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리셋코리아 한일관계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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